제27과 시를 감상하며
진달래 꽃
김 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캥거루
고 은
호주 땅 점령한 영국인들이
원주민더러
저 껑충거리는 짐승이 뭐냐고 물었더니
원주민 말로
모른다 했다
모른다는 말 캥거루
그것이 이름이 되어 버렸다
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의 거룩함이여
내가 꽃이라면
강 옥구
내가 꽃이라면 )
호젓한 산골
이끼로 덮인 바위 곁에
솔잎으로 가리워진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어
바쇼같은
외로운 나그네의
눈길을 모으고 싶다
달팽이
김 경년
달팽이는
동그란 집을
등에 지고
길쭉하고
물렁한
온몸을
움직여
길가에
끈끈한
체액(體液)으로
끊어 질 듯
말 듯
가느다란
선(線)을
그어 놓는다
그가 지나간
자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