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미국에서 알던 건수형과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건수형은 여름 방학 동안 미국에 영어를 배우러 갔을 때 만났다. 건수형은 미국에서 석 달 동안 공부하고 돌아 왔는데 가끔 연락이 있었다. 형은 인류학을 전공하기 때문에 한국의 풍속에 특히 관심이 많다. 좀 일찍 약속장소에 갔는데 건수형이 아직 안 와 있었다.
내 테이블 앞에는 젊은 남자와 여자가 부모님들하고 같이 앉아 있었다. 여자는 수줍어하고 남자는 점잔을 뺐다. 서로를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분위기가 자연스럽지 못했다. 그때 뜻밖에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유미 | 어머! 현배 아냐? 몰라볼 뻔 했네. |
현배 | 아, 유미구나! 네가 한국에 갔다고는 들었는데 서울에 있는지 몰랐네… |
유미 | 응, 집은 부산인데, 며칠 동안 서울 이모 집에 와 있어. 넌 어떻게 왔니? 얼마 동안 있을 거야? |
현배 | 일년 동안 교환 학생으로 왔어. |
유미 | 한국 생활은 재미있니? |
현배 | 응, 한국어도 쉬워지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있어. |
건수형 | 아, 늦어서 미안해. 한참 기다렸지? |
현배 | 아뇨. 뜻밖에 친구를 만나서 이렇게 반갑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건수형이셔. 여기는 박유미구요. |
건수형 |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
유미 |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죄송하지만 전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 봐야겠어요. 현배야, 부산에 한번 놀러 와. 이거 내 전화번호니까 전화해.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
건수형 | 네, 안녕히 가세요. |
현배 | 잘 가. |
건수형 | 네 친한 친구니? 아주 예절 바르구나. 한국에서 지내려면 한국 예절을 몇 가지 알아 두어야지. 윗사람들에게는 말과 행동을 조심해서 해야 돼. 이런 것들은 다 어른들을 존경한다는 뜻이야. 차 주문할래? 뭘 좋아하니? |
현배 | 아무거나 좋아요. 형이 알아서 시켜 주세요. |
건수형 | 아무거나 괜찮다고 하지 말고 네가 정해. |
현배 | 형이 어른이고 저는 형을 존경하니까 형이 결정해 주세요. |
건수형 | 농담도 잘 하는데. |
현배 | 헤헤, 그럼 커피로 할게요. 아까 제 앞에 젊은 여자와 남자가 부모님 같은 사람들하고 와서 같이 앉아 있는데 아주 얌전했지만 좀 어색했어요. 무슨 일인가요? |
건수형 | 하하… 맞선 보는 걸 봤구나. 여기선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