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放弃爱情》江水
볼펜을 버린다
이제는 몸 속이 텅텅 비어버린 볼펜을 버린다
그 몸 속에 빨간 색이 들어있어서 빨간 볼펜이라고 불렀지
파란 색이었다면 파란 볼펜, 노란 색이었다면 노란 볼펜이라고 불렀겠지
이제 텅텅 비어버렸으니 무엇이라고 불러줘야 될까
얼마나 용을 썼던가
마지막 한 방울이 사라질 때까지 꾹꾹 눌러쓰며
다시 처음처럼 어떤 색깔이라도 가득 차 오르리라고 믿었지
과거에 얽매이기는 쉽고
텅 비어 버린 영혼 속을 채우기는 어렵다고 중얼거리면서;
그는 다른 볼펜을 산다
- 강 수의《사랑을 버리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