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지 않은 커피
지훈이는 학년이 올라 갈수록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축구 시합에 반 대표로 나가기도 하고, 미술 대회나 글짓기 대회, 피아노 대회에서 상장을 받아 오곤 하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하는 것에 풀이 죽어 있었습니다.
종소리가 울리자 아이들은 왁자지껄 교실을 빠져나갔습니다. 지훈이는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교무실에 다녀온 선생님은 혼자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지훈이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무슨 생각 하니?"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선생님은 일기장 검사를 통해 지훈이의 걱정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지훈아, 날씨도 쌀쌀한데 선생님이 유자차 한잔 줄까? 선생님은 커피를 한잔 마실까 하는데."
선생님은 지훈이를 선생님 책상으로 불렀습니다.
"지훈이가 요즘 고민이 생겼나 보구나."
지훈이는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선생님은 고민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커피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선생님은 커피 잔에 커피를 두 스푼 넣고, 설탕은 열 스푼도 넘게 넣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물도 펄펄 끓이지 않은 상태로 잔에 부었습니다.
"선생님, 설탕을 왜 그렇게 많이 넣으세요? 그러면 너무 달아서 못 마시잖아요."
"지훈아, 약간 맛을 보겠니?"
지훈이는 커피 맛을 살짝 보았습니다.
"어, 이상한데요? 설탕을 많이 넣었는데도 달지 않아요."
"설탕을 많이 넣었지만 젓지 않았기 때문이야."
선생님은 이번에 숟가락으로 골고루 저은 다음 지훈이에게 다시 맛을 보여 주었습니다.
"선생님, 이제 설탕 맛이 아주 많이 나서 달아요."
선생님은 지훈이에게 다정하게 말했습니다.
"사람의 재능도 이 설탕과 같은 거야. 사람에게는 누구나 한 가지씩 재능이 있어. 그 재능이 뭔지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란다. 지금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은 설탕을 저은 것처럼 그 재능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발견한 사람이란다. 지훈이 너도 분명 재능이 있어. 지금부터라도 그 재능이 어떤 것인지 찾고, 저어 보는 노력을 해 보지 않겠니?"
'재능을 발견하고, 그 재능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저어 본다…….'
지훈이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교문을 나서자 따스한 햇살 한 줌이 지훈이의 머리 위로 쏟아졌습니다. 그 따스함에 지훈이를 괴롭했던 고민이 모두 녹아 버리는 것만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