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我们在同一个位置》
《우리는 서로에게 하나의 자리이다》- 김수우
어느 골목이든 늘 같은 풍경이다. 담벼락에 널린 빨래들과 모퉁이에 세워놓은 자전거,
삐뚤하게 달린 우편함, 깨진 화분 그리고 누군가 내놓은 망가진 의자들이 함께 낡아간다.
인간의 육신도 결국은 한 채 퇴락해가는 풍경이기 때문일까.
조금씩 기울어가는 모습이 산부추꽃에 내린 저녁햇살만큼이나 애잔하다.
봄이 오는 골목길에서 마주친 한 자리의 모습은 생애를 묵묵히 살아낸 선량한 사내를 떠올린다.
그도 고독과 자유를 선택했을까. 민달팽이를 닮은 슬픈 등을 본다.
비바람과 햇살에 바랜 자리의 적요. 그 희노애락의 시간만큼 적막한 이야기들이 편안하고 깊고 당당하다.
시간의 이끼가 푸르게 반짝인다.
- 김수우 <우리는 서로에게 하나의 자리이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