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이 커다란 청모자를 쓴 아이가
제 동화책 속에서 걸어나와
검정 에나멜 구두로 땅을 두드린다
최초의 사람인 듯 최초의 걸음인 듯
갸우뚱 갸우뚱 질문을 던지며 걸어다니다
집을 나와서는 다시는 돌아가지 못한 봄의 부랑자들,
길바닥에 떨어져 누운 꽃점들을 두고
차마 지나치지 못하여 한참을 서 있다가
바르비종 마을의 여인처럼 가만 무릎을 꿇는다
이삭 줍듯 경건하게 주워올려 본래의 둥지
나무 가까이에 도로 놓아준다 방생하듯
봄날의 바다에 꽃의 흰 꼬리를 풀어 놓아준다.
- 권현형 <최초의 사람>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