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角落》安道贤
모통이가 없다면
그리운 게 뭐가 있겠어?
비행기 활주로 고속도로 그리고 모든 막대기들과
모통이 없는 남자들만 있다면 뭐가 그립기나 하겠어
모통이가 없다면
계집애들의 고무줄 끊고 숨을 일도 없었겠지.
빨간 사과처럼 팔딱이는 심장을 쓸어내릴 일도 없었겠지.
하굣길에 그 계집애 네집을 힐끔거리며 바라볼 일도 없었겠지.
인생이 운동장처럼 막막했을 거야
모통이가 없다면 자전거 핸들을 어떻게 멋지게 꺾었겠어
너하고 어떻게 담벼락에서 키스할 수 있었겠어
예비군 훈련가서 어떻게 맘대로 오줌을 내갈겼겠어
먼 훗날 내가 너를 배반해볼 꿈을 꾸기나 하겠어
모통이가 없다면 말이야
책을 읽어주는 여자가 오늘 펼친 책은 안도현님의 《모통이》입니다. 1년365일 맑은 날씨만 계속되면 사막 된다거로잖아요. 그해요. 빗바람이 휘몰아치는 날씨가 있기에 멈추고 나면 “아이요~ 날씨 참 좋다” 감탄할 수 있는 거죠. 또 평평하고 곧은길만 계속된다 무슨 기대가 있겠어요? 모통이가 있어줘야 저 모통이도 주면 뭐가 나올까. 가슴을 콩콩 치셔있는데 내 삶의 모통이를 고마워 하기로 해요. 당연히 바꿨던 모통이마저 없었다면 얼마나 상박이댔어요. 모통이가 그 세상을 끌고 간다는 시인의 말에 공감100% 보냅니다.